임산부의 날 특집 기사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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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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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의 날’ 자연 분만을 선택한 산모들] 독한 약물 대신 진한 사랑으로…

국민일보 | 기사입력 2008.10.09 17:53

1960·70년대에만 해도 조산원은 낯설지 않았다. 상주인구가 웬만큼 되나 싶은 동네 골목에는 어김없이 조산원 간판이 있었다. 지금의 60·70대 혹은 50대 일부도 아이를 낳을 때 이곳을 찾거나 이곳 산파를 집으로 부르곤 했다.

성에 대한 의식이 개방되고 산부인과 병원들이 크게 늘면서 조산원은 밀려나기 시작했다. 이제 조산원에서 아이를 낳는 경우는 100명에 1명꼴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 조산원이 완전히 퇴출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병원의 기계적이고 번잡함을 피해 조산원을 찾아 2세를 낳는 경우가 조금씩 늘고 있다. 인터넷에는 조산원 체험기가 올라 만만찮은 클릭수를 기록한다.

10일 제3회 임산부의 날을 앞두고 지난 주말 경기도 부천시 중동 열린가족조산원(www.blessbirth.com)을 찾아 산모들을 만났다.

"출산은 자연계 안의 모든 동물들이 하는 기본적이고 자연스러운 행동입니다. 인위적인 의료 행위를 매개로 이뤄지는 출산이 싫어 인권이 보호되는 조산원 출산을 밀어붙였어요."

산후 회복 중인 3명의 산모는 아기를 안거나 모유수유를 하며 휴게실에 나와 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아들을 출산한 임정아(29·경기도 광명시)씨는 3년전의 힘들었던 첫째딸 출산 경험부터 털어놨다. 당시 의사가 무통분만을 권해 별 생각없이 따랐다. 하지만 주사를 맞은 뒤 진통시간이 길어지면서 아기가 쉽게 나오지 않자 결국 촉진제까지 맞았고, 아기를 억지로 꺼내다시피 낳았다. 여기에 간호사, 인턴, 레지던트 등 여럿이 왔다갔다 하는 통에 그의 첫 출산은 신비롭지도 행복하지도 않았다고 털어놨다. 아이는 3.17㎏로 큰 편도 아니었다.

두번째 아이를 갖게 된 임씨는 다른 형태의 분만을 찾기 시작했다. 지인의 소개로 산전검사는 병원에서 받되, 출산은 조산원에서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임씨는 첫째딸보다 큰 3.45㎏의 아들을 편한 상태에서 산통도 짧게 하고 쉽게 낳을 수 있었다.

그는 조산원 선택에 만족해 하면서 자연분만뿐 아니라 모유수유, 천 기저귀를 사용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자랑도 잊지 않았다. 남편 정학영(31)씨는 탯줄을 직접 자른 것이 제일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첫째딸을 낳은 신정은(31·인천시 계산2동)씨는 원래 친정어머니처럼 조산원에서 출산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인천녹색연합에서 일을 하던 신씨는 그러나 임신 확인을 위해 가까운 병원을 찾은 이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달에 한 번 산전검사를 받으며 병원에 다니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신이 번쩍 들게하는 사건이 생겼다. 임신 5개월이 넘었을 때 산부인과에 갔더니 기형아 검사를 하라고 했다. 그는 간호사에게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어떡하느냐"고 물었더니 "그건 산모가 알아서 선택해야 한다"며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해 충격을 받았다.

신씨는 이 일을 계기로 계속 병원에 다녀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됐다. 드문드문 병원을 다니다가 결국 모든 검사지를 받아가지고 조산원으로 향했다. 신씨는 지난달 29일 초산임에도 4시간의 진통 끝에 2.89㎏의 예쁜 딸을 낳았다. 남편 이성호(33)씨는 "속으로는 가까운 병원에서 낳기를 바랐지만 아내가 원하는 가장 편한 상태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른일곱살 동갑내기 임석준 김수연(서울 광진구)씨 부부는 결혼 9년 만에 어렵게 갖게 된 아기를, 그것도 병원의 수술 권유를 뿌리치고 조산원에서 분만했다. 병원에서는 임신 8개월째에 태동검사를 하더니 아기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며 유도분만이나 수술을 권해 더 이상 병원에 가지 않았다. 남편 임씨는 출산에 대한 교육을 받으러 갔다가 우연히 조산원에서 출산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게 됐다. "심장이 안좋았던 간호사가 4.4㎏의 첫 아이를 자연분만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이거다 싶었죠." 노산에 초산이라 산모 본인은 걱정이 됐으나 남편의 결심이 너무 확고했다. 한번 가보기나 하자는 심정으로 조산원에서 내진을 받아보았다. "아프지도 불편하지도 않고 오히려 포근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지난주 무사히 첫 아들을 낳고 산후조리원 대신 조산원에 머물고 있다는 김씨는 "37세의 산모가 3.76㎏의 첫아기를 1시간30분 만에 낳았다면 누가 믿겠느냐"고 반문했다.

열린가족조산원 서원심(49) 원장은 "2000년 이후 신생아수가 줄고 조산원이 감소하고 있지만 조산원 분만 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며 "이는 병원 중심의 인위적인 출산문화를 거부하고 인권이 존중되는 자연스러운 분만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천=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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