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혜(학술이사, 이화여자대학교 간호과학대학 교수)

최근 한미 FTA(free trade agreement) 문제로 우리나라가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을 여러분은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것은 국가 간에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무역 장벽을 제거시키는 협정으로 이 협정을 맺은 나라는 모든 상품이 관세 없이 자유롭게 수입되어 자국의 상품과 경쟁을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일본 칠레와 협정을 맺었고 앞으로 더 많은 나라와 협정을 맺을 것입니다. 세계가 점점 좁아지고 지구촌이 되는 현실에서 이러한 협정은 좋던 싫던 맺지 않고는 살수가 없습니다. 지구의 자원은 한정되어있으므로 지구촌에 사는 전 인류가 모두 행복하게 잘살기 위해서는 서로 간에 자원과 기술, 서비스 등 모든 것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철학입니다. 따라서 이 협정을 맺으면 자국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더 비싸거나 질이 떨어지면 외국상품을 쓰게 되고 외국에 가거나 외국 사람의 서비스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품질이나 수준이 낮은 자국의 상품과 서비스는 도태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우리는 이미 WTO DDA(World trade organization Doha Development Agenda)를 통해 의료서비스와 의료요원이 국가 간의 장벽 없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2년 전 복지부에서 어디까지 양허할 것인가에 대해 긴박하게 논의한바 있습니다만 지금은 소강상태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의료법 개정과 함께 이문제도 조만간 다시 논의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와 같이 이제는 온 세계가 하나의 단위가 되어 나라간의 장벽이 없어지고 누가 얼마나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로 고객을 만족시키느냐 그래서 누가 더 경제적으로 우선순위를 차지하느냐를 두고 경쟁하는 경제전쟁 시대가 된 것입니다.

오늘날의 의료시장과 의료기술은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의료시장은 개방되고 정보는 홍수처럼 밀려옵니다. 대상자의 요구는 날로 달라집니다. 의료서비스는 더 이상 시혜의 대상이 아니고 고객(환자 혹은 대상자)의 요구를 만족시키고 우수한 기술로 타 의료인, 외국의료인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합니다. 의사라도 실력이 없으면 조산사나 전문간호사에게 환자를 뺏길 있습니다. 현재 의료법 개정과 관련하여 의사들이 항의하는 것은 바로 이런 기득권에 위협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조산사에게 좋은 기회일 수 있습니다. 최근 미미하나마 조산소 분만이 늘어나는 것은 임신여성들이 병원출산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가족중심적이고 불필요한 조작을 하지 않은 조산원 출산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2003년 716건, 2004년 804건, 국민건강보험공단, 2005). 특히 조산원을 찾는 임산부가 고학력의 상위계층이라는 점을 볼 때 출산장소와 출산방법을 결정할 때 돈이 없거나, 병원이 없어서 조산원을 찾는 것이 아니라 병원보다는 조산원이 더 인간적이고 대상자중심이고 자연분만을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와 같이 조산원과 자연분만에 대한 출산여성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산사가 전문적 지식과 실무능력을 갖춘 우수한 조산사가 있어야 합니다. 현재 WHO와 우리정부에서도 제왕절개분만을 지양하고 자연분만을 장려하고 있어 조산사에 대한 요구는 점차 더 증가할 것입니다. 대상자가 조산원을 찾을 때 준비된 조산사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상황은 그렇지 못합니다. 개업조산원이나 조산사의 수도 부족하고 실력도 충분하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현재 병원에서만 개설할 수 있는 조산교육과정을 간호대학이나 간호학과가 있는 학교에서 개설할 수 있도록 의료법개정을 추진하고 있고 그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존폐의 위기에 있는 조산교육이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200-300명의 새로운 조산사가 태어났는데 올해는 고작 25명의 조산사가 시험에 응시하여 23명이 조산사국가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조산교육기관도 부산일신병원에서만 겨우 명맥을 이을 뿐 모두 폐쇄한 상태입니다. 이대로 가면 조만간 조산교육은 종말을 고하게 되고 조산소도 하나 둘 폐업하여 그 자리에 외국의 조산원이 들어오고 임산부들은 서비스가 좋은 외국으로 출산하러 가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위기감으로 금번 협회에서는 의료법개정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지금 의사들의 반발로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조만간 통과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국제화시대의 의료인은 한 나라의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인류의 건강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식과 기술을 공유해야 합니다(이경혜, 2003)이제는 학문도 어느 분야의 독점물이 아닙니다. 메스콤이나 인터넷을 통한 의료정보의 홍수로 우리의 대상자들은 점점 유식해져 갑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조산사들이 이 기회를 잘 활용하여 뛰어난 실력과 기술로 우리대상자(임산부뿐만 아니라 일반 여성, 영유아)들에게 수준 높은 조산업무를 제공한다면 정상임산부는 모두 조산원으로 올 것입니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주어집니다. 아무리 좋은 기회가 와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놓치게 되는 것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조산업무의 수준을 높여야합니다.

이를 위해 체계적인 보수교육을 할 것을 제안합니다. 조산업무를 위한 지식과 기술을 처음부터 다시 한번 공부하는 것입니다. 프로그램을 짜서 이론과 실무(practice)를 다시 복습하는 것입니다. 특히 실습은 기존 조산원에서 인턴쉽으로 할 것을 제안합니다. 우수한 조산사가 프리셉터가 되어 가르쳐야합니다. 가르치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공부하고 올바른 방법을 적용하려고 노력해야겠지요. 또한 외국에 나가 새로운 조산술도 배워오고 다른 조산사들은 어떻게 하는지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 배우고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둘째, 조산사의 역할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아야 합니다.

조산사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 지를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조산사가 해야 되는 일은 정확하고 과학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일은 대한민국의 모든 조산사가 똑같이 지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 조산업무표준과 핵심능력을 제정하여 이사회의 인준을 받고 작년 총회에서 통과되어 지난 학술대회에 배부한바 있습니다. 아직 못 받으신 분을 위해 이원고의 부록으로 수록하였습니다.

이 표준과 핵심능력은 WHO와 미국의 ACNM(America College of Nurse-Midwifery) 의 표준을 참고하고, 우리나라 조산사들의 조산업무 분석과 국가시험과목 타당성연구의 결과에 의해 나온 것입니다. 이것은 글로벌 시대를 겨냥하여 조산사가 수행해야 할 최소한의 업무로 구성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표준에 따라 조산업무를 하면 국제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의료법이 통과되고 시행세칙이 재정되면 조산사의 역할범위가 보다 구체적으로 결정될 것입니다만 적어도 핵심능력에 있는 행위는 자신 있게 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셋째, 조산사는 대상자와 조산업무에 대해 윤리적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조산협회에서는 윤리강령을 제정하고 매 총회 때 마다 낭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강령이 구호로만 그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조산사의 역할이 아닌 의사의 역할을 침범해서는 안 됩니다. 또 부주의하거나 잘못된 수행(malpractice)으로 대상자에게 손상을 입혀서도 안 됩니다. 대상자들은 조산사가 의사보다 못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잘못에 대해 가혹합니다. 또한 의사는 더욱 우리를 세게 응징할 것입니다. 한사람의 malpractice가 조산사 전체의 역할을 위축시키고 결국에는 우리의 역할범위를 축소시킵니다. 결코 요행이나 온정을 바랄 수는 없습니다. 고위험 임산부인 경우 주저 없이 의사에게 의뢰해야 합니다. 소파수술이나 조산사의 역할이 아닌 것은 아무리 환자가 애원을 하고 돈을 많이 준다고 하여도(혹시 의사가 시키더라도)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조산사의 업무범위 내에 있는 것은 타 의료인에게 양보하건 뺏기지 말고 자신의 전문적인 지식으로 당당하게 수행해 나가야 합니다.

조산사 한사람 한사람이 조산사로서의 긍지를 가지고 대상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역할을 실수 없이 해나갈 때 대상여성(임산부 일반여성)과 그 가족들은 조산사를 믿고 신뢰하고 자신의 건강문제를 호소해 올 것입니다.

의료시장의 개방으로 의료인과 대상자가 국경을 넘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찾아다닐 때, 우리조산사가 과학적 지식과 숙련된 기술과 따뜻한 감성으로 임산부와 영유아에게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 조산사의 경쟁력 뿐만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쟁력까지 올라갈 것입니다. 이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오늘 이후 우리는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실력 있는 조산사가 되는데 매진해야 할 것입니다. 의료법이 통과되어 학교에서 조산교육을 하면 실습을 위해 많은 조산원이 필요합니다. 이때 기꺼이 학생들을 받아서 실습교육을 담당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여러분들은 겸임교수가 되는 것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특히 젊은 조산사들은 대학원 공부를 시작 하십시오.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자격이 필요합니다. 현재 조산사자격이 있는 교수가 매우 부족합니다. 대학원공부를 하여 석사 박사가 된다면 훨씬 많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젊은 사람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공부에는 나이가 없습니다. 꼭 석박사가 아니라도 무엇이든지 배워 자신의 부가가치를 올리십시오.

어쩐지 올해는 우리 조산협회와 조산사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각자의 선 자리에서 사랑과 열정으로 최선을 다하는 우리 조산사와 조산협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